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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범내려온다] 우리의 판소리 <수궁가>의 놀라운 재해석, 이날치 밴드! 이게 바로 조선의 힙이다

by chae01 2020.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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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 정규 1집 <수궁가>

 

올해 9월쯤인가?
어떤 알고리즘인진 모르겠으나
유튜브에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이 떴다.
빨간 자켓에 초록색 넥타이, 이순신 장군을
연상시키는 투구를 쓴, 거기다 아주 힙하게
썬그라스까지 착장한
어떤 남자의 썸네일이었다.

바로 이 모습

 

 


제목은 <Feel the Rhythm of Korea SEOUL> 이었다.
‘한국의 흥을 느껴라!’ 서울편이었다.
서울의 명소를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판소리 같은 음악과 독특한 옷을 입고
연신 팔과 다리를 가만 있지 못하고
흥에 겨워 춤을 추는 댄서들.

https://www.youtube.com/watch?v=3P1CnWI62Ik&feature=share

 

 


* 부산사람이니 부산영상도 첨부 ㅋㅋㅋ
https://www.youtube.com/watch?v=xLD8oWRmlAE&feature=share

 

 


이 한국홍보영상은 잠재적인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이지만,
이미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꽤나 유명한 영상이다.
(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
전체 조회수는 7,500만 이상/
서울편은 2,500만이 넘었다.)
지금은 유퀴즈에 나오면서 더더 유명해졌다.

1일 1깡이 아닌,
1 1범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였으니.

너무 너무 신선했다. 음악도, 댄서들도.
‘아니, 대체 이게 뭐야?’ 하면서
원곡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영상의 배경으로 나오는 노래는
이날치의 정규 1집 - <수궁가>에 나오는
<범 내려온다>였다.

지금까지 한국홍보영상은
1탄 - 서울, 부산, 전주
2탄- 안동, 목포, 강릉
총 6개의 도시 홍보영상이 촬영되었다.

서울은 ‘범 내려온다’
부산은 ‘어류도감’
전주는 ‘좌우나졸’
안동은 ‘신의 고향’
목포는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강릉은 ‘약일레라’를
각각 배경음악으로 한다.

2019년에 결성된 7인조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
이날치라는 이름은 조선후기의 판소리 명창인
‘이날치’(이날치는 이름)에서 따왔다.
팀 이름이 판소리 명창의 이름을 따 왔다는 건
이 밴드가 국악, 판소리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날치의 멤버는
베이스 - 장영규, 정중엽
드럼 - 이철희
판소리 보컬 - 권송희, 신유진, 안이호, 이나래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팀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장영규는
영화 ‘곡성’과 ‘부산행’의 음악감독이자,
어어부프로젝트의 멤버였다.
그리고 정중엽은 ‘장기하와 얼굴들’
베이스 출신이다.

 

ⓒ사진 = 이날치

 

그들의 1집 수궁가는
우리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하나인 수궁가를
현대적인 리듬과 흥, 해학을 담아 재해석해낸
앨범으로, 전통과 현대의 진정한 콜라보레이션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수궁가는 우리가 잘알고 있는 별주부전의 내용이다.
“용왕(龍王)이 병이 들자 약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하여 자라는 세상에 나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나 토끼는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살아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토끼타령」·「별주부타령(鼈主簿打令)」·
「토별가(兎鼈歌)」라고 부르기도 한다. “
- 네이버 지식백과 발췌

수궁가는
궁전을 새로 지은 후 연이은 잔치로
술과 고기에 푹 빠져있던
용왕이 갑자기 속병을 앓으면서 시작된다.

 

진짜 대충그려본 와병 중인 용왕님

 

그렇게 술병이 심하게 나신
용왕님의 병을 호전시키기 위해
토끼의 간을 찾으러 나서게 된 신하가
착하디 착한 ‘별주부’다.

수궁가 자체가 스토리 텔링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날치의 앨범 전곡을 들으면
별주부전 스토리 전체를 생생하게
옆에서 듣는 기분 마저 느껴진다.

앨범에는
* 약성가 - 홀연히 나타난 한 도사가 용왕을
진맥하고, 처방전으로 토끼의 간을 얘기하는 대목
* 어류도감 -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한 어전회의.
물고기 대신들이 각자 벼슬이름에 맞춰 하나 둘 등장
* 신의 고향 - 게, 메기 등이 후보에 오르지만,
당연 소용이 없고, 이때 별주부가 자신의 고향이
육지라서 토끼를 잡아올 수 있음을 어필.
용왕의 허락을 받아, 육지로 향하는 별주부.
그곳에서 우연히 토끼를 발견하는데!!
* 범 내려온다 - 반가움에 토끼를 ‘토생원’하고
부른다는 게 그만 실수로, ‘호생원’이라며
호랑이를 불러 버리자, 범이 나타나 별주부를 덮친다.
그 외에 별주부가 호랑이를 공격하는
‘호랑이 뒷다리’,
토끼를 데려가기 위해 감언이설을 늘어놓는
‘일개 한퇴’,
토끼를 덮친 수궁의 좌우나졸들에
당황한 토끼가 내던지는 아무말 대잔치 ‘좌우나졸’,
용왕에게 거짓말을 하는 대목인
‘말을 허라니, 허오리다’,
토끼의 거짓말에 용왕에게 눈물의 읍소를 하는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
수궁가의 모든 스토리가 담겨있다.

그중에서도 중독성이 제일 강한 노래는
아무래도 ‘범 내려온다’
진짜 판소리 배워서 폭포수 아래서 북치면서
완창하고 싶을 정도.

그런데 노래도 노래지만,
독특한 춤도 한몫한다.
대충 추는 거 같아 보여도,
실제로 따라해보면 어렵다.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이 섞인 느낌이다.
영상이랑 같이 보면 정말 넋을 놓고 빠지게 된다.

흥겨운 우리 가락을 참지 못해
뛰쳐나온 장난끼 넘치는 도깨비들이
인간들의 소리판 위에서 덩실덩실 춤추는 모습

불규칙한 듯 규칙적인 춤선과 동선들이
무척이나 묘하면서 매력적이다.
팔과 다리, 그리고 몸 전체에
구성진 가락이 타고 흐르는 듯하다
해학적이란 말이 가장 적합하지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SmTRaSg2fTQ&feature=share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와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을 보며
진정한 힙, 전통의 재해석이란
이런 것임을 다시금 느낀다.

모방이 아닌, 재해석은
또 다른 창조다.

** 첨부
범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누에머리 흔들며, 전동같은 앞다리,
동아같은 뒷발로 양 귀 찌어지고,
쇠낫같은 발톱으로 잔디뿌리
왕모래를 촤르르르르 흩치며,
주홍 입 쩍 벌리고 ‘워리렁’ 허는 소리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자래 정신없이 목을 움추리고 가만이 엎졌것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 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동개같은 앞다리, 전동같은 뒷다리,
새 낫 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르르 흩이고,
주홍 입 쩍 벌리고 자라 앞에 가 우뚝 서
홍앵앵앵 허는 소리 산천이 뒤덮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자라가 깜짝 놀래,
목을 움치고 가만히 엎졌을 제.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 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 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동개같은 앞다리, 전동같은 뒷다리,
새 낫 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르르 흩이고,
주홍 입 쩍 벌리고 자라 앞에 가 우뚝 서
홍앵앵앵 허는 소리 산천이 뒤덮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자라가 깜짝 놀래,
목을 움치고 가만히 엎졌을 제.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 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동개같은 앞다리, 전동같은 뒷다리,
새 낫 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르르 흩이고,
주홍 입 쩍 벌리고 자라 앞에 가 우뚝 서
홍앵앵앵 허는 소리 산천이 뒤덮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자라가 깜짝 놀래,
목을 움치고 만히 엎졌을 제.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 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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