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에는 많은 감정이 든다.
미친 듯이 화가 나기도 하고, 저 땅 속 깊숙이 파고들어 영영
나라는 존재를 묻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우울함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무엇이든 해보자, 잘 헤어졌다,
새로운 거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왠지 모를 자신감까지 든다.
일반적으로, 과거의 기억과 그가 남긴 수많은 감정과 잔상에서
벗어나고자 무엇이든 관심을 돌릴 만한 것들을 찾게 된다.
그게 취미 생활이든, 배움 이든, 새로운 사람이든지...
하지만 가끔은 그 우울한 감정마저 즐기고 싶을 때가 있다.
내 지금의 감정을 아무리 타인에게 털어놔봤자 내 맘처럼 공감을 얻기는 힘들다.
그럴 때 인간의 감정이 구체화, 또는 추상화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누구와 말도 하기 싫을 때 내가 읽었던 책이 있다.
<내가 아는 모든 계절은 당신이 알려주었다>였다.
[저자 : 정우성 / 출판 : 한겨레출판사 / 2019.11.30. / 정가 13,800원]
평소 좋아했던 gq의 정우성 에디터(지금은 아님)의 책이라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
친구에게 무심코 "이 책 사주면 안 돼?"하고 물었더니 너무도 흔쾌히 사주었던 책이다.
제목부터 너무 로맨틱하고 로맨틱하다!
내가 아는 모든 계절은 당신이 알려주었다
사랑이 시작되기 전부터 세상에 둘만 존재하던 시절을 지나,
헤어짐의 순간까지 물 흘러가듯 내용이 이어진다.
작가는 담담히 자신의 일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 나간다.
나 그리고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아주 평범한 사랑의 흐름과
구조이기에 지루한 듯 하지만, 읽어보면 가슴 한구석이
따뜻하기도, 먹먹해지기도 하며 문장 하나하나 곱씹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우리가 배우게 되는 시간과 감정들이 무엇이었는지,
거지 같았던 나의 연애에서도 배울 게 있었나 싶을 만큼 나를 한 번 돌아보게도 만든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사랑도 무섭고, 이별은 더더욱 겁이 난다.
하지만 늘 바보 같이, 나 혹은 누군가는 또
그 지리멸렬한 사랑이라는 굴레에 다시 제 발로 들어간다.
늘 사랑에 똑똑해지자 다짐해도, 늘 약자이자 멍청이가 되고 마는
내가 싫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다시 또 속고 싶어 졌다.
그저 하루를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는
그 평범하고 소소한 행복, 사랑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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