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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Movie&book etc.

당신의 조제는 누구였나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by chae01 2020.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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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년작)
- 우리나라 개봉 : 2004년
- 네이버 평점 : 9.22
- 내 평점 : 별 다섯개 만점
- 감독 : 이누도 잇신
- 출연 : 츠마부키 사토시(츠네오 역),
이케아키 치즈루(조제/쿠미코), 우에노 주리(카나에)

- 줄거리(출처_네이버)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츠네오는
손님들로부터 할머니가 끌고 다니는
수상한 유모차에 대해 듣게 된다.
어느 날,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모차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조제라는 이름의 한 여자를 알게 된다.
강렬했던 첫 만남 이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호랑이, 물고기 그리고 바다를 보고 싶었다던 조제.
그런 그녀의 순수함에 끌린 츠네오의
마음에는 특별한 감정이 피어난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뜨거운 감정을
나누는 날들도 잠시,
츠네오와 조제는 이 사랑의 끝을 예감하게 되는데...

 

 

 

 


* 결말 있음, 스포주의

>> 23살이던 해에 조제와 츠네오를 만나다
이 영화가 개봉한 건 2004년이지만,
알게 된 건 2006년이었다.
당시 관심도 없던 일본영화에 빠지면서 부터다.
그땐 무엇때문이었는지, 일본 영화가
‘영화 좀 본다’며 허세를 떠는 사람들에겐
필수코스처럼 되어 있었다.
지금 일본 영화 수준을 보면
어떻게 저런 작품들이 나왔었나 싶을 정도다.
카모메식당,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메종드히미코, 불량공주 모모코, 큐어,
기쿠지로의 여름, 냉정과 열정사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녹차의 맛 등
이 무수한 명작들이 다 2000년 초반 영화다.
뭔가 흥분하지 않고, 절제된 듯하면서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의 영화가 당시 일본 영화들의
전반적인 분위기 였던 것 같다.
영화들이 다 좋긴했지만, 겉멋들어
본 영화들도 꽤 되는데, 그중 하나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사실 그때까지 그닥 제대로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영화를 다 보고도
‘아, 츠네오 나쁜놈’ 이 정도가 전부였다.


>> 37살이 끝나갈 무렵, 다시 만난 조제와 츠네오
영화를 보고 14년이 지나고 이 영화를 다시 봤다.
사실 그동안 중간중간 이 영화가 생각나긴 했다.
누군가와 이별하거나, 마음이 허전하면
이상하게 생각이 났다.
그런데 막상 보면 중간에 꺼버리기 일쑤였다.
결말이 뻔해서, 지루해서, 그냥 재미가 없었다.
그러곤 30대 후반이 돼서야
이 영화가 갑자기 절실해졌다.
그냥 지금이면 다르게 보일 것 같아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처음 본 영화 같았다.
느낌이 너무 달랐다.
오래 살았다곤 못하지만,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아, 이렇게 좋은 영화였구나’ 하고 다르게 보였다.
인물의 대사와 표정 하나
버릴 것 없이 곱씹게 되는 영화였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 진짜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조제의 두 다리가 되어준 츠네오
다리를 쓰지 못하는 조제에게
세상은 할머니와 작은 집,
그리고 책을 통해 접하는 세상 뿐.
그런 조제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츠네오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책으로만 보던 세상을 직접
마주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속편을 찾지 못했던 책을 헌책방까지 뒤져가며
사다주고, 항상 인적드문 새벽에만 하던 산책을
사람 많은 대낮에 함께 해주는 사람.
츠네오는 조제에게 상상이 아닌,
현실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감독은 조제가 츠네오와 함께 처음하는 경험이나,
풍경을 ‘사진’처럼 연출해 보여준다.
조제는 눈으로 사진을 찍듯 스치는
풍경들을 프레임에 가두어 각인시킨다.
시니컬하지만, 순수하고 꾸밈없는
조제의 모습에 점점 끌리는 츠네오는
자신의 방식대로 조제에게 다가선다.

 

 

두 사람이 함께 처음 본 세상

 

 

츠네오가 구해준 프랑스와즈 사강의
책을 읽으며 미소짓는 조제의 모습에
“웃었다”며 함께 좋아하는 츠네오.
조제에게 호감을 느끼는 츠네오의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조제의 음식솜씨에 뿅 갔던 츠네오.
아내가 요리를 잘하면 바람 핀
남편도 돌아오게 만든다는데,,,
에라이, 밥 땜에 돌아올 놈이면
애초에 받아주질 말자.
응? 갑자기 뭔소리지?

 

 

 

 

이렇게 조제의 세상에 서서히 들어오는 츠네오.
그런 츠네오에게 자신의
세상을 하나씩 보여주는 조제.
이때 등장하는 ‘SM마니아, 가나이 하루키’
둘의 만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사랑하지만 한편으론, 조제는 두려웠다.
언젠가 이 남자가 떠날 걸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상처받을 걸 두려워한
조제가 츠네오를 밀어낸다.
조제의 그런 태도에 당황한
츠네오도 애써 마음을 접으려 한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종이도 아니고,
그리 쉽게 접히겠는가(죄송)
위에서 말한 ‘가나이 하루키’ 덕에
츠네오는 자신이 진짜 조제를
좋아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결정적으로 조제가 하나뿐인
가족인 할머니를 잃게 되자,
혼자 남았을 조제가 걱정된 츠네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조제에게 향한다.
조제의 근황에 대해 하나 하나 묻고,
그 질문에 아무렇지 않게 덤덤하게
대답하던 조제는 버럭 화를 낸다.
“니가 뭔데, 내가 쓰레기 버리는 것까지 참견인데!”
“가!, 빨리 가!”하며 츠네오에게 소리친다.
그 말은 “왜 이제 왔어! 왜! 나 지금 외로워 힘들어.
가지 말고 곁에 있어줘”라는 조제식 표현.
그런데, 진짜 가버리려고 하는 츠네오.
(요물, 밀당 잘해)

 

 

 

 


“가란다고 진짜로 갈 놈이면 빨리 가버려”
그동안 조제가 얼마나
사람에게 상처받고, 외로웠는지,
그리고 말과는 반대로 얼마나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는지
행여 깨질까 꽁꽁싸메고 있던 그 아슬아슬 했던
마음이 다시 눈 앞에 나타난
츠네오로 무너져버리는 조제다.

그렇게 조제는
츠네오에게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고 만다.

 

 

 

 


세보이려고 하지만, 누구보다 마음 여린
조제의 모습을, 츠네오는 잘 알기에
조제 곁에서, 조제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언제까지나 곁에 있어줘”라는 조제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는 츠네오.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하게 되는 바보같은 약속.
지키고 싶지만, 지켜지지 않는 그 헛된 약속에
우리는 왜 또 기대를 하고,
절망하기를 반복하게 될까.

그렇게 두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들을 보낸다.
조제가 무서워하던 호랑이도 같이 보면서

 

 

 

 


>> 헤어질 걸 알고도 사랑했던 여자
그렇게 행복했던 세월이 흘러 1년뒤,
두 사람은 함께 츠네오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기로 한다.
츠네오는 결혼을 결심하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한 거였지만,
어쩐지 자꾸 자신이 없어진다.

출발하기 전날, 두 사람에게
차를 빌려주기 위해
조제의 친구 코지가 찾아온다.
“두 사람 결혼하는 거 아니냐!”는 코지의 말에
조제는 “결혼? 바보 그럴리가 있냐?”
하고 시니컬 하게 되 받아친다.

부모님 집을 향해 출발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기 이전에
감독은 호랑이 모양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을 비춘다

조제와의 미래, 약속, 이 모든 것에
자신이 없어지는 불안한 츠네오의 마음일까,
아니면 츠네오와의 헤어짐이
다가왔음을 느끼지만, 애써 감추려하는
조제의 두려운 마음일까.

 

 

 


두 사람은 가는 길 내내
각자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표정으로 보여준다.
아이처럼 떼쓰고 징징대는 조제의 모습에
지친 듯한 표정을 짓는 츠네오.
츠네오의 그런 감정을 알면서도
티내기 싫어 평소보다 더 어리광 부리는 조제.
대놓고 진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서로 감정을 감추려고 하는 게 보여 더 슬퍼보인다.

“형, 지쳤어?”하고 묻는
동생의 말에 무너지는 츠네오.
저 말을 듣고 한참이나 조제를 안는
츠네오의 모습에서 그의 지치고 두려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결국 부모님댁 대신,
조제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바다로 향한 두 사람.
그렇게 조제는 호랑이와 바다, 물고기까지
(요건 물고기 성에서🐟)
자신이 가장 보고 싶었던 것 세 가지를
츠네오와 함께, 처음으로 경험한다.
호랑이는 무서워서, 바다와 물고기는
자신의 이상향 같은 것이었기에
조제에게는 특별한 존재들이었을 터다.

무엇이 되었든, 나의 처음을 함께한
사람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그것이 나의 특별한 사람이었다면 더더욱.

조제는 헤어질 걸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선물해 준 사람이었기에,
그 추억만으로도 자신은 충분히 행복하다며
‘바닷속을 굴러다니는 조개’에
자신을 비유해 위로한다.


세상에서 가장 야한 SS를 끝낸 후
조제는 잠든 츠네오에게
어쩌면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진심을 꺼내놓는다.

 

 

 


“눈 감아봐, 뭐가보여?”
“그냥 깜깜해”
“그게 내가 살던 곳이야”
“어딘데?”
“깊고 깊은 바닷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왜?”
“너랑 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를 하려고”
“그랬구나, 조제는 바다 밑에서 살았구나”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불고
비도 안와. 정적만 있을 뿐이야.”
“외로웠겠다”
(이런 성의없는 대꾸하고 잠들어버린 xx)

“별로 외롭지 않아.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지 못할 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데기처럼
혼자 깊은 바다 밑에서
데굴데굴 계속 굴러다니겠지.
그런데 그것도 나쁘지 않아”

마냥 세상을, 사랑을 모른다고 보였던
조제는 이미 어른이었다.

영화 초반 조제가 읽던 책
<<일 년 후, 한 달 후>>를 읊조리던
조제의 모습이 자신의 마음을, 그리고
영화의 결과를 미리 보여주고 있었다.

 

 

 

 


* 언젠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베르나르는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 다시 고독해지고
그래도 마찬가지 일거야.
또 다시 흘러가 버린 1년의 세월만 남아 있을 뿐.

>> 이별의 무게 다르지 않다, 형태만 다를 뿐
점점 자신에게 삶의 무게로 다가오는 조제에
버거움을 느낀 츠네오는 조제로부터 도망친다.
하지만 조제는 그걸 알지만,
충분히 사랑에 최선을 다해준
츠네오를 별말 없이 담백하게 보내준다.

츠네오가 떠난 빈자리를
공허하게 바라보는 조제의 텅빈 얼굴에는
어떤 희망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저 깊은 바닷속에 길 잃은 조개처럼
데굴데굴 굴러다닐 일만
남았다는 생각 때문일까.
하지만 조제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이별은 사랑 후의 일이기 때문에.
슬프지만 참는다.
아픔은 시간 속에 맡기고,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반면 스스로가 조제에게서
도망쳤다라고 말하는
츠네오지만, 후련함보다는
절절함이 느껴진다.
아무렇지 않은 척 헤어졌지만,
곧 펑펑 울고 마는 츠네오.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더 사랑해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후회,
현실에 주저 앉아 도망칠 수밖에 없는 자신이
창피하고, 미웠을 것이다.

헤어졌지만, 아직도 사랑하고 미련이 있기에
다시 만나면 흔들릴 자신을 알기에
츠네오는 ‘다시 조제를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조제에 대한 마음이 사랑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 비교되는 두 장면

가지말라고 붙잡던 조제에서,
담담하게 연인을 보내는 조제로.
가지 않고 함께 하겠다던 츠네오에서,
도망쳐버리는 츠네오로.

 

 

 

 


어떻게 보면,
현실에 발을 담그고 살던 츠네오는
오히려 사랑에 있어서는 이상주의자였고,
이상적인 세상을 상상하며 살던 조제가
오히려 사랑에 있어서는 현실적이었다.

두 사람 다 이별 후
아파하고, 힘들다.
하지만 이별의 아픔을 표현하는
형태가 다를 뿐.

장애인 비장애인의 사랑은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누구든 사랑 앞에서 완벽할 수 없다.
이미 사랑하는 우린 몸이든 마음이든,
상황이든 장애를 안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장애는 그저 표면적인 것일 뿐이다.
그 장애를 서로 보듬어 주고 감싸주는 게
사랑의 역할일지도.

사랑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비장애인이라고 덜 아프지 않고,
장애인이라고 해서 더 아프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서로에게 조제이자,
츠네오였던 적이 있지 않았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 삶의 조제, 그리고 츠네오는 누구였나요?

 

 

 

 

 


** 아, 12월 10일에 한지민, 남주혁이 주연한
‘조제’가 개봉한다고 하는데,,,
한지민 너무 좋지만, 왜 걱정이 되는지,
그래도 어떻게 다른 지 꼭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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