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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Place

승학산 등반기(a.k.a 승학산 넉살&날다람쥐)

by chae01 2020.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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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학산 정상에서 얏호


2020. 09. 20.
태어나 처음으로 내 의지로 산에 간 날

섬에 살지만 수영도 못하고,
심지어 해산물도 싫어하는 나.
그래도 늘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하던 나였다.
높고 험한 길 힘들게 올라가서 뭐하나 싶었다.
연세 지긋한 어른들이나 가는 곳인가 했지.

근데, 뭔가 나도 한 두살
나이가 들어가고 대자연의
정기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ㅜㅜㅋㅋㅋㅋㅋ
근데 사실 산타고 내려와서 먹는
오리고기를 오랜만에 먹고 싶기도 해서...ㅋ

매일매일 불경을 들을 정도로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해져
위로 받을 데가 필요했던 참에
자연의 품에 안겨서 위로를 얻어보자는
오글거리는 생각으로
친구에게
“야 산에 갈래?” 물었더니,
흔쾌히 좋다는 친구의 대답
가자고 가자고 말만 하던
산을 드디어 날을 잡고 가게 되었다.



10시반까지 동아대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오랜만의 등산이라 가방에 초코바,
에너지바, 물, 전날 제사상에 올랐던
찌짐(전)까지 바리바리 싸서 출바알

제대로된 등산복도 없어서
대충 트레이닝복에 딱 하나있는
노페 등산화 신고 벙거지 모자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가릴 곳은 다 가리고
동대 입구로 고고

버스타고 가는 길에 보니
등산복입고 삼삼오오 다니는
어르신들이 꽤나 많더라.

암튼 친구와 동대 정문인지, 모르겠다만
정문 옆으로 난 샛길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10년 전에 회사에서 갔던 금정산 등반이후로
산에 올랐던 적이 없었기에
등반 5분도 안되서 숨을 턱까지 차오르는 것이
정말 내 몸이 썩을대로 썩었구나 싶었다.

반면 친구는 축지법을 썼나 싶게
고개 숙이고 오르다 겨우 앞을 보면
저만치 올라 나를 내려다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무리하지 마리, 니 페이스대로 천천히 온나”
“어, 무리할라해도 할 수가 없다...”

날다람쥐인줄


너무 잘 올라가서 순간 다람쥐인줄 알았다며,
니 별명 이제 승학산 날다람쥐라며
뒤에서 연신 사진을 찍어줬다.
나는 모자에 단발이 넉살 같아서,
승학산 넉살로.

숨을 허덕이며 올라가면서
나름 안 힘든 척,
나는 산을 즐기는 척 하느라


막 이런 사진도 찍고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진짜 하산하고 싶었다.
아직도 멀었냐고, 친구한테 10분,
아니 5분에 한 번씩은 물은 거 같다.
그렇게 가다, 쉬다, 정상에 거의 다다를 때쯤
친구는 “니 담부터 등산
안간다 할거 같다.”라고 했지만
나는 진짜 거짓말 안하고
또 가고 싶다고... 정말이라고....

친구가 10분만 더 가면 된댔지만
20분 더 걸려 도착한 정상은 진짜 최고였다.

진짜 목적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찍기 ㅋㅋㅋ
있는 폼 없는 폼 잡아가며
둘이 서로 사진 찍어주기


사진 후다닥 찍고,
우린 오리고기 먹으러 또 다시 먼 여정을...
올라가는데 한 시간 반
내려오는데 거의 한 시간 걸린 듯

신나게 내려와 꽃마을에서
오리고기에 더덕막걸리 한잔
아, 이맛에 등산하나 싶었다.

꽃마을 영태집 jmt


거의 3시간을 산을 타고
무거웠던 마음은 어느 정도
산에 내려놓고 왔지만
몸은 더 너덜너덜해져서
집까지 와,
기절했다는 슬픈 이야기

한달에 한번은 산을 타보자는 결론.
친구야 담에는 어데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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